성별을 알려주지 않았던 시대는 지나갔습니다.
예전에는 남아선호사상이 지배적이었기에 딸을 낳은 여성은 마치 죄인처럼 지내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저희 또래 중에서도 딸만 낳아서 기죽어있던 친구도 있었습니다. 아들을 낳으려고 둘째, 셋째까지 가지려는 분도 계셨지만 원하는 데로 아이 성별을 가질 수 없기에 그나마 균형을 이루지 않나 싶습니다. 인구 절벽이라는 말이 나오고, 출생률이 점점 더 낮아지는 이 시기에 아이를 갖고 출산한다는 게 얼마나 소중하고 귀한지 모릅니다. 다만 출생률이 낮아졌어도 다행인 점은 남녀의 성별 비율이 비슷하다는 점입니다. 제가 학창시절에 자주 들었던 말은 남자가 여자보다 많아서 결혼 못하는 남자가 많아질 것이라는 소문이었습니다. 결혼을 못하는 남자가 많아진 게 아니라 여러 가지 상황으로 결혼하지 못하거나 아예 안 하려는 분들이 많아졌지만 말입니다. 암튼 이러한 상황 속에서 20대 초반쯤에 첫 출산을 경험하던 여성이 이제는 30대 초중반 때에 첫 출산을 경험하는 여성이 대부분이라는 것입니다. 솔직히 임신, 출산, 육아를 하기 위해서는 체력이 많이 뒷받침해줘야 합니다. 그래서 최대한 젊을 때 경험하는 게 좋지만, 점점 더 늦어지면서 체력적으로 한계가 오기도 합니다. 그래서 육아도 아빠가 같이 해주신다면 부담이 덜해져서 서로에게 좋은 영향이 됩니다.
아무튼 일단 뱃속의 아이가 여자아이일지, 남자아이일지 궁금한 건 모든 예비엄마, 아빠가 동일한 마음일 것입니다.
아이의 성별은 15주 정도부터 알 수 있고, 또 그때쯤 의사선생님께서 알려주시기도 합니다.
첫째 때는 보통 15주 때 성별을 알려준다고 해서 기대하고 갔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주변에서 딸을 낳으면 둘째를 바로 가지려고 노력하는 것을 보았기에 첫째는 무조건 아들이길 바랐습니다. 일단 첫째를 아들로 낳으면 둘째는 천천히 가져도 괜찮을 것 같았고, 아들을 꼭 낳아야 한다는 부담이 없어지기에 둘째가 딸이든 아들이든 첫째만 무조건 아들이길 바랐었습니다. 그런 저의 간절함이 통할 줄 알고 병원에 갔었는데 15주에는 아이 성별을 알 수 없었습니다.
아이가 저의 간절함에 대해서 다리 꼬고 안 보여주는 장난으로 보답했기에 의사선생님께서 성별은 다음에 알려주신다고 하셨습니다. 아이가 다리를 꼬고 있다면 여자아이라는 글을 어디선가 본 적이 있어서 솔직히 실망하기도 했습니다.
다음 진료까지 성별을 제대로 알 수 없었지만, 여자아이가 아닐까 싶어서 둘째를 빨리 가져야 하나 고민했었습니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고, 다음 진료진까지 저는 악동뮤지션의 다리 꼬지 마라는 음악을 태교음악 마냥 계속 들었습니다. 진료 보러 병원 가는 그 시간까지 말입니다.
제가 그렇게까지 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정말 당당하게 다리를 벌리고 있었고, 제가 원하는 대로 아들이라고 하셨습니다. 그때의 기분은 날아갈 듯한 상쾌함과 기쁨이 가득가득했고, 진료를 끝나고 당당하게 시댁에 전화드려 성별을 알려드렸습니다. 친정에도 알려드렸더니 친정 아빠와 엄마 두 분 모두 내 할 일은 끝났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아무래도 시집 간 딸이 대를 이을 아들을 가졌다고 하 한결 마음이 편해지신 거 같았습니다. 제가 첫째 낳을 때에도 딸이든 아들이든 구분 없이 낳는 분위기였지만, 그래도 아들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던 거 같았습니다. 이때부터 용품은 아들용으로 준비하게 되었고, 많은 축복 속에서 무사히 아들이 태어났습니다.
그 후로 8년.. 둘째 소식에 이번에는 딸이길 정말 간절히 바랬습니다. 첫째와는 정 반대의 입덧과 과일이랑 상큼한 것이 더 많이 먹고 싶었기도 했고, 태몽이 진주였기 때문에 당연히 여자아이일 거라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래서 첫째와는 다르게 15주 때 긴장감 없이 갔었는데 이번에는 첫째와는 진짜로 정반대로 딱! 초음파 첫 화면에 떡하니 나 남자아이입니다!라고 알려줬습니다. 역시 제가 원한다고 다 이뤄지지는 않는다는 걸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습니다.
진료를 받고 나오는데 너무 기대했었던 걸까요? 눈물도 나고 너무 실망했던 거 같습니다. 저 뿐만 아니라 첫째도 남편도 여자가 이길 바랬던걸 아니까 더 크게 힘들었던 거 같습니다. 울먹이며 전화하던 저에게 남편은 자신은 둘째도 아들일 걸 알았다면서 딸이 아니어서 다행이라고 오히려 위로해줬습니다. 딸이었다면 많이 위험한 시대기 때문에 엄청 걱정했을 거라면서 오히려 아들이라 다행이다 싶다고 말했습니다. 저는 미련이 남아서 셋째 도전하자고 장난 반 진 음반 섞어서 이야기했는데 남편은 둘째까지만 생각하자고 했습니다. 나이도 있고, 오히려 형제이기 때문에 둘이 잘 지낼 거 같다면서 셋째가 딸이라는 보장도 없으니까 그냥 둘째까지만 잘 키워보자고 했고 이런저런 이유를 대면서 저를 위로하는 남편 덕분에 둘째도 아들이라 다행이란 생각으로 바뀌게 되었습니다. 원하든 원치 않든 우리에게 온 소중한 아니기 때문에 잘 키우는 게 우리 부부에게는 큰 행복이고 기쁨이라 생각합니다. 혹시나 아직도 원하는 성별이 있으신가요? 원치 않던 성별의 아이라 생각이 드시나요? 그런 마음은 최대한 빨리 버리시고, 귀하고 소중한 아이와 함께 어떻게 즐겁고 행복하게 지낼지 상상해보고 계획해보시길 바랍니다. 당신에게 찾아온 아이는 세상에서 가장 귀한 생명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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